top of page
collabtexte-21.png
symbol-20.png
collabtexte-24.png
collabtexte0-63.png

엔젤 아일랜드에 도착한 소닉은 곧장 너클즈에게로 달렸다. 정확하게는 마스터 에메랄드가 모셔진 제단으로. 밤이라 사위가 어두웠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소닉에겐 고슴도치 특유의 감이 있고, 이 길을 셀 수 없이 오갔으며, 밤눈이 밝은 너클즈가 소닉을 배려해 불을 피워둔 덕이었다. 나무 타는 냄새가 바람결에 밀려왔다. 겨울밤의 숲에 발을 들이면 번져오는 특유의 싸한 향이 삽시간에 짓눌렸다. 슬슬 너클즈의 모습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지자, 허공에 불티가 둥둥 떠오르는 게 얼핏얼핏 눈에 들어왔다. 너클즈는 모닥불 근처에 나무로 깎은 틀을 설치하고, 캠핑용 솥인 듯 보이는 얇고 적당히 큰 쇠그릇에 크림스튜를 끓이고 있었다. 소닉이 올 예정이라는 걸 알고 있는 탓인지, 모닥불 바로 옆에 살짝 작게 피워올려진 불씨가 또 있었다. 아무래도 그쪽에서는 고기를 구우려고 하는 모양이다. 거기까지 생각하는 순간, 소닉은 이미 두 개의 모닥불과 너클즈 사이로 산뜻하게 착지했다. “Yo, 너클즈! 요리 시간?” “위험하니까 밖으로 나가.” “왜? 엔젤 아일랜드는 네 섬이라?” “그 소릴 하는 게 아니잖아! 잘못하면 화상 입으니까 불 한가운데서 알짱거리지 말고 뒤로 빠지라고!” 발끈한 너클즈를 뒤로하고, 소닉은 키득거리며 그 치고는 얌전하게 뒤로 빠졌다. 너클즈가 미리 소닉이 앉을 자리를 만들어둔 듯, 옅게 쌓여 있었을 눈이 치워지고 숲속에서 가장 푹신한 부자재들만을 고이 모아 만든 간이 방석이 하나 있었다. “……너도 참, 많이 섬세해졌구나.” “뭐?” “루즈가 찾아올 때마다 이것저것 많이 알려줬나봐?” “여기서 루즈 얘기가 왜 나와?” 너클즈는 뒤퉁스럽게 대꾸한 뒤 요리를 완성해 소닉에게로 건넸다. 나무를 파서 만든 그릇 안에는 크림 스튜와 김을 뿜어올리고 있었다. 하얀 표면 위에는 갓 완성한 스테이크가 참 조심스럽게도 곁들여 얹혀 있었다. 함께 건네어진 숟가락도 나무를 손수 깎아 만든 듯했다. 재미없다는 듯 입술을 삐죽대던 소닉은 “목공예도 엄청 늘었네”라고 중얼거리며 따뜻한 그릇과 숟가락을 받았다. 너클즈도 제 몫의 식사를 그릇에 퍼 담은 뒤, 둘은 한동안 먹느라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야, 너클즈.” “……밥 먹는데 말 시키지 마.” “칠리 통조림 없냐?” 순간 발끈한 표정이 된 너클즈는, 소닉의 오랜 친구답게 금세 진정했다. 이 정도로 화를 오래 내고 앉았다간 절대 저 광대 녀석과 친하게 지낼 수 없다. “없어. ……넌 내가 화내는 게 그렇게 재미있냐?” “에그맨이 열받아하는 것보단 덜 재미있지. 자랑스러워 해도 돼!” 너클즈는 결국 한 박자 빠르게 비운 자신의 그릇을 소닉이 있는 쪽으로 휘둘렀다. 소닉은 낄낄거리며 너클즈의 공격을 피한 뒤 그릇만 손에서 쏙 빼내갔다. 그러고선 금방 비운 자신의 그릇과 차곡차곡 합쳤다. “너클즈.” 제 싸움친구의 이름을 부른 소닉은 어느새 장난기 가득했던 얼굴을 조금 누그러트린 채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영 짐작하기 어려운 연둣빛 눈동자가, 고요히 타오르는 모닥불을 응시했다. “매번 고마워.” “……뭐라고?” “유성우 볼 자리 마련해줘서. 너 아니었음 매번 춥고 슬프고 외롭게 감상해야 했을 텐데, 덕분에 동질감도 느끼고, 따뜻하네.” “내 음식이 입에 안 맞았으면 똑바로 말 해.” “부끄럼타긴. 너도 내가 왜 이맘때마다 여기서 유성우 보려고 하는지 알고 있잖아? 내가 널 놀리는 걸 좋아한다고 해도 이걸 주제로 성격 나쁘게 굴 생각은 없다고. 나한테도 상처고.” “너, 너…….” 이후로는 잠깐 말을 잃었던 너클즈는, 한동안 소닉이 겹쳐 내민 그릇을 바라보다가 홱 잡아챘다. 너클즈는 얼굴을 붉힌 채 식기류를 전부 미지근하게 데워둔 대야의 물에 푹 쑤셔넣었다. “그러게. 매년 같은 날인가.” 물을 몇 번 휘젓던 너클즈가 중얼거리자, 소닉은 어깨를 으쓱했다. “봉황자리 유성우니까.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처럼.” “허. 네가 그런 소릴 한다고?” “나도 기억할 건 기억하거든? 에이미한테 얘기만 들었던 전설인데, 잊어버리면 엄청나게 미움받을 걸. Anyway, 그것도 기억하고 있다고. 봉황은 불타오르며 살아난다던가?” “에이미 핑계 대지 마. 웨어혹으로 변했을 때, 그때 만났던 녀석이 인상적이었던 거겠지.” “……진짜 이러기냐?” 정말 허라도 찔린 듯 잠시 침묵하던 소닉은, 금방 씁쓸하게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쓴웃음은 금세 차디찬 밤공기 너머로 자취를 감추었다. “에이미나 테일즈 취향은 아니지? 매년 그날마다……” “크림 슬쩍 빼는 것 봐라. ……뭐, 루즈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 너클즈는 소닉의 말을 잘라내려는 듯, 퉁명스레 내뱉었다. “누가 아니래? 섀도우랑 똑같다니까.” 소닉은 짐짓 가볍게 투덜거리며 뒤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데스 에그에서 에멜을 떠나보낸 뒤, 매년 12월 4일 즈음해서 무조건 마스터 에메랄드 제단 근처로 찾아오게 된 고슴도치답게 익숙한 동작이다. 그런 소닉을 맞이하는 데 이골이 난 너클즈가 손수 마련해둔 ‘이부자리’가, 새파란 몸을 부드럽게 감쌌다. “……흠.” 소닉은 가시 사이 어딘가에서 초록색 카오스 에메랄드를 꺼내, 한동안 밤하늘을 바라보는 렌즈인 셈쳤다. 그러다가 손을 뻗은 방향을 바꿔 너클즈를 바라보았다가, 마스터 에메랄드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야, 너클즈.” “왜.” “이렇게 살다 보면 가능해질까?” “뭐가?” “글쎄, 아마도……” 유성우나 구경하러 온 사람처럼 한가로운 목소리로, 소닉은 조용히 스스로가 던졌던 질문에 응답하듯 중얼거렸다. “에멜이랑, 다시 만나 놀 수 있겠지.”

©starlighthorizons
bottom of page